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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 DDay+1 🎊

BY. 꼼 @0016548_532      2020.09.06

   행크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지 않다.(무려 결혼해서 슬하에 아들이 있었던 사내다!) 그도 지금은 생각만 해도 이불을 걷어찰 내용의 러브레터를 적느라 밤을 꼴딱 샌 적이 있었고, 파티의 음악과 불빛에 취한 채 눈이 마주친 이와 불꽃같은 며칠을 보낸 적도 있었다. 적어도 지금 행크로서는 ‘쪽팔려 죽고싶을 정도로 멍청한 사랑놀음들’ 이라고 평가할 만한 일은 거진 다 해 보았으리라.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행크는 사랑도 연애도 나름 경험이 많았다. 그리고 얼추 경험치가 충분히 쌓인 감정이기에 행크는 지금 제가 무슨 상황에 빠진 건지 빠르게 답을 낼 수 있었다.

 

   아. 그는 입을 벌린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녀석이 이렇게 예뻤던가. 아니, 원래 예뻤다. 예쁘고 귀여워서 엉겨붙어오면 차마 내 칠 수가 없을만큼. 그렇게 코가 꿰어 질질 끌려가는 게으른 황소처럼 내딛은 한 발이 모든걸 바꾸었던 일주일이 되었지 않은가. 그 때도 그리 예뻤는데, 감정이란 게 무엇인지 배우고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아는 녀석은 정말인지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예뻤다. 호기심 많은 강아지처럼 별을 박고서 빛나는 갈색 눈은 바닷물 홀로그램이 자신을 향해 쏴 파도를 칠때 동그랗게 뜨인다. 그 속에 바다가 든다. 반짝거리는 물결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넘실대는 해류를 따라 움직이는 은빛 물고기떼들이 전부 들었다. 아니, 바다만 들었을까. 온 세상이 다 들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도, 햇빛이 부서지는 숲도, 전부 그 눈동자였다.

 

   행크는 그 순간 깨닫는다. 깨닫는것도, 그래서 알아버리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자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홀로그램 물고기떼에 활짝 피어난 코너의 웃음이 까르르 산산조각 나 퍼지는 것보다 더 빨랐다. 평소보다 더 세차고 빠르게 두근대는 심음. 꽉 쥔 손아귀 안에 쥐이는 식은땀. 그 모든 것의 이유를, 행크는 모를래야 모를 수 없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막상 코너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차 조수석에서 재잘대는 새처럼 떠든다. 아쿠아리움은 그의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대부분의 전시생물들은 본래 동물들을 똑 닮게 만든 안드로이드이거나, 실제 보호되고 있는 모습을 투과한 홀로그램이었더라도 말이다. 별 경계심조차 내보이지 않고 관람객 사이를 누비며 재롱을 부리던 물개 안드로이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는, 퍽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반면 행크는 그 모든 말들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코너의 사소한 재잘거림에 하나하나 반응해 주기에 그의 머리는 지나치게 복잡했다.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이 감정은 행크에게 낯선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당혹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염병할.’ 행크 앤더슨을 아는 모든 이가 이 사실을 안다면 아마 배를 잡고 비웃을 것이다. ‘안드로이드 혐오자’ 행크 앤더슨이 안드로이드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 말이다.

 

   “행크?”

 

   이 눈치없는 강아지를 똑 닮은 3개월 짜리도 뭔가 평소와 다른 낌새를 눈치챈 걸까. 어느샌가 재잘대던 걸 멈춘 코너는 행크를 부르며 그의 안색을 가만히 살핀다. 그 눈 굴리는 것 조차 예뻐 보이면,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염병.” 순식간에 복잡해진 머리에 행크는 작게 욕설을 짓씹으며 거칠게 핸들을 도로변으로 꺾었다. 콱 밟은 브레이크에 끼익 소리가 요란하다.

 

   머리가 복잡한 건 딱 질색이다. 젊었을 때도, 지금도 그것 하나만큼은 변함없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아무 말도 못 내놓은 채 끙끙 앓거나, 똥 마려운 개처럼 상대의 눈치만 슬슬 보는 건 행크에겐 맞지 않았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우선 직진.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기. 그게 행크다.

 

   “코너.”

 

   그새 손을 뻗어 비상등을 켜 놓은 이 깜찍한 바른 생활 안드로이드가 입을 채 다 열기도 전에(아마 주차금지 구역에다가 정차를 해 놓았다 같은 잔소리임에 분명했다.) 행크는 코너를 불렀다. 갈색 눈이 제 이름을 들은 강아지처럼 댕그랗다. 입가에 물리는 미소와,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듣기 위해 살며시 기울어지는 고개도 왜 이리 강아지같은지 모를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 망설이는 것은 행크의 주특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는 칼처럼 한 번에 풀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이다. 그는, 자신을 향해 ‘나 듣고 있어요.’ 하고 이야기 하듯 반짝이는 시선을 맞춰오는 코너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기어를 주차에 맞춰놓는 것과 동시에 입을 연다.

 

   “코너. 잠깐 할 이야기가 있다.”

 

*

 

 

   그게 8월 31일이었을테다. 어떻게 정확하게 기억을 하고 있느냐면, 아쿠아리움에서 여는 홀로그램 특별전시가 8월까지라며 성화를 내던 코너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린아이가 떼를 쓰듯 꼭 가고 싶다고 졸라대던(‘갈 거면 너 혼자 가던지.’같은 매정한 대꾸는 아쉽게도 통하지 않았다.) 코너를 결국 무시하지 못해 특별 전시가 끝나는 날에 겨우 시간을 내어 아쿠아리움에 갔었더랬다.

 

   그리고 그 날 저지른 일에 대해 행크는 별로 후회는 하지 않았다. 이 나이 되어서까지 불꽃같은 사랑은 딱히 믿진 않았다만, 속에만 담아두는 그런 감정 역시 질색이었으니. 연애가 처음이 아니니 만큼 그는 갑작스러운 고백에는 늘 실패의 확률이 따라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구질구질하리만큼 연연하는 것 역시 행크답지 않은 일이다.

 

   다만 그가 한 가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코너였다. 정확히는 그가 고작 4개월정도 나이를 먹었으며, 인지능력은 성인에 준할 뿐만 아니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을 보이지만 감정에 관한 것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 날, 급하게 세운 차 안에서 행크가 건넨 갑작스러운 고백은 그런 백지같은 4개월의 감정 노트에 폭탄을 던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

 

   행크는 눈을 불만스럽게 부라렸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그의 사무실 맞은 편 책상. 정확히는 그의 안드로이드 ‘파트너’인 코너의 자리다. 평상시라면 그 곳에서 온종일 조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와야 하건만, 지금은 조용하기만 하다. 당연하다. 그 자리는 지금 비어있었으므로. 분명히 출근은 했지만, 얼굴도장을 찍은 다음부터는 경찰서 CCTV라도 해킹한 듯 어딜 가도 찾을 수 없는 자리 주인 탓에 자리는 혼자 덩그러니 내버려져 있다. 

 

   바빠서가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불러서도 아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근 1주일간 계속 반복되는 행동은 분명 의도적이고 행크는 그 의도를 ‘자신을 피하고 있다.’ 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행크는 그 이유를 어렴풋히 짐작하는 바였다.

 

   “망할 안드로이드 같으니.” 행크는 으르렁대는 야수같은 숨으로 중얼거린다. 그런 그의 분위기에 사무실이 꽁꽁 얼어붙는 것은 그가 알 바 아니다.

 

   싫으면 싫다고 하고 깔끔하게 끝내던가, 이게 무슨 피말리는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널 좋아하는 것 같다, 하는 담백한 고백이었음에도 고장난 컴퓨터가 화면을 껌뻑거리듯 LED링을 노랗게 깜빡이던 얼빠진 얼굴을 행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것마저 귀여워 보인 걸 보니 행크의 마음은 확실했지만, 아쉽게도 코너는 아닌 모양이었다. ‘나중에 대답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답지 않게 더듬거리며 간신히 대답한 코너는 그 뒤, 입에 풀이라도 딱 붙인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간간히 눈을 잘게 깜빡이며 운전하는 행크의 옆얼굴을 힐끗 훔쳐보다, 제 손바닥을 만지작거리듯 가볍게 비빌 뿐.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쭉 이 염병할 상황이었다. 분명 행크는 그 고백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미적지근하다 못해 답답한 상황은 결코 원하지 않았다. 거절을 할 거라면 확실하게 아니라고 끊어내던가. 조금의 여지를 남겨 둔 주제에 코너는 대 놓고 행크를 피하고 있었다. 얼굴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 평소와는 다르게 냉랭한 바람이 부는 사무실의 한 구석에 처음 몇 번은 오지랖 넓은 이들 몇 명이 싸웠냐고 은근히 물어왔지만 곧 서리같은 호령를 맞고서 참새떼처럼 후다닥 흩어져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근 1개월간 코너가 열심히 끌어올려 놓았던 근무 의욕은 이미 바닥을 친다. 행크는 사무실에 붙어 있어야 할 필요성과 의무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먼저 간다.” 누군가의 허락은 전혀 바라지도 않은 통보를 툭 내뱉은 후 그는 지금이 퇴근시간인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제 외투를 어깨에 걸친다. 씨근덕거리는 듯한 발걸음으로 저벅저벅 나가버리는 그를, 그 누구도 만류하지 못한다.

 

   아마 차로를 가득 메운 것이 자율주행차량이 아니었다면 눈을 어따 두고 운전하느냐고 욕을 푸짐하게 얻어먹었을 만큼 거친 핸들놀림과 함께 그는 집에 도착한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다만 그 기분 전환을 위해 단골 바에 가지 않는 것은, 근 한달간 코너에 의해 길들여져버린 생활패턴 탓이었다. ‘스모나 데리고 공원 산책이나 가야겠구만.’ 그는 차 시동을 끄며 그리 생각한다.

   “스모.” 행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현관문을 연다. 그리고 인기척을 느끼고서 현관으로 뛰어 나올 털복숭이 덩치의 격한 인사에 대비한다. “아빠랑 같이 산책이나….”

 

   “행크?”

 

   하지만 행크를 반기는 것은 스모의 붕붕대는 꼬리나, 헥헥대는 숨소리가 아니었다. 예상한 털복숭이는 막상 보니 간식이라도 푸짐하게 얻어먹고 신나게 놀고 난 뒤였는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앞발 사이에 끼고서 푸우 푸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대신 행크를 반기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였다.

 

   지글대는 기름소리. 탁탁 도마 위를 부딪히다 딱 멈추어 선 칼질 소리. 무언가를 끓이는 듯 열기가 부엌쪽에서 느껴지고, 뭔가 맛있는 냄새가 함께 코를 간질인다. 그리고, 눈동자. 몰래 밭을 파 먹다 걸린 토끼처럼 댕그란 갈색 눈.

 

   “코너?” 

 

   행크는 지난 일주일 간 자신을 슬슬 피해다니며 물을 먹인 이 안드로이드를 제 집에서 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드물게 놀란 음성이 그의 입에서 터져나온다. 그제야 제 주인이 귀가한 사실을 깨달은 스모가 게슴츠레 눈을 뜨더니 볼에 고였던 침을 주르르 흘리며 행크를 반긴다. 그런 개를 반사적으로 쓰다듬어주는 행크다만, 그는 여전히 고장난 시곗바늘처럼 딱 멈춰선 코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렇게 둘은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못박혀 있다. 실제로는 찰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지독히도 긴 침묵의 끝에, 코너는 보글보글 끓고 있던 스프의 간(보다는 나트륨과 당류 등의 성분을 분석을 위해서)을 보기 위해 들고 있던 스푼의 끝을 호롭 핥는다.

*

   행크는 연애경험이 적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은 또 처음이다. 고백을 했더니 대답을 유보하며 일주일간 귀신같이 자길 피해다닌 녀석이, 갑자기 허락도 없이 집 안에 들어 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경찰 때려치우고 우렁각시라도 될 생각이었냐고 머리를 쥐어박아주기엔 근 일주일간 쌓인 어색함이 너무 커 행크는 그만두고 만다.

 

   어색한 것은 코너도 마찬가지였다. 다녀왔냐는 인사 이외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이 안드로이드는 행크의 맞은 편에 앉은 채 눈만 도록도록 굴리고 있다. 잘 구워진 스테이크를 탐내던 스모가 결국 포기하고 거실 소파 맡에 엎드린 마당에 침묵만이 가득 차 있어, 그 눈동자가 굴러가는 소리가 다 들릴 지경이었다. ‘염병할.’ 행크는 제 앞에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차려진 저녁식사를 본다. 레몬 하나를 통째로 짜넣어 상큼한 소스를 곁들인, 발그랗게 구워진 연어 스테이크. 제철 채소를 아낌없이 섞어 넣은 샐러드. 식전으로 즐길 수 있는 치킨 스프와 겉이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빵. 식사에 곁들여 즐길 수 있는 와인까지. 완벽한 식사임에는 분명했지만, 어째선지 행크는 먹다 체할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저 눈치만 슬슬 보는 강아지같은 눈 탓이다.

 

   물론 그 모습은 염병할 만큼 귀엽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결국 행크는 제가 먼저 매듭을 잡고 풀기를 시도한다.

 

   “행크.”

 

   거 고백에 대한 답은 어떻게 된거냐고, 저 조그만 머리통이 혼란스러워하다 오류라도 일으켜 도망을 가 버려도 감내할 각오로 행크는 입을 열었지만 그보다 코너가 더 빨랐다. 그는 여전히 행크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렇기에 뭐라 말할 각오가 충분히 서지 않은 듯 우물거리던 안드로이드는, 이내 입술을 뗀다. 동시에 계속 테이블 아래서 꼼지락대던 손을 뺀다.

   “생일, 축하해요.”

   그렇게 속삭이듯 말한 코너는, 손 안에 든 것을 내놓는다. 작은 상자였다.

   여기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들 때문에 행크의 사고는 멈춰버리고 만다. 뭐? 라는 단어만 가득한 머릿속이 상황의 인식을 거부한다. 그런 멍청한 뇌를 억지로 돌려 행크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해보려 애쓴다.

 

   그러고보니 생일이다. 달력에 빨간 별표를 치고 두근두근 손꼽아 생일을 기다리던 나이는 애저녁에 지났기에 그는 그 사실을 아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행크의 생일이고 자기의 생일마저 잊어버리는 인간과는 다르게 안드로이드는 한 번 입력된 정보를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그게 코너가 이 식사를 준비한 이유였다. 

 

   뭘 기대한건지 모르겠다. 이젠 행크도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싶다. 복잡한 심경으로 피식 한 번 웃어버린 그는 별 생각 없이 코너가 내민 작은 상자를 받는다. 그리고 연다.

 

   거기에서 행크는, 오늘만 해도 두 번째로 뇌가 멈추는 느낌을 받는다. 아까 전 보다 더 큰 물음표가 그의 얼굴에 떠오른다. 그럴 만 하다. 분명 선물로 준비한 것일텐데, 반지였다. 그것도 한 쌍.

 

   “저…. 행크가 제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미간의 주름이 의문으로 확 깊어지는 것을 보며 코너는 황급히 입을 뗀다. 목소리 톤이 약간 높아진 것이, LED가 노랗게 물들 정도로 감정이 요동치는 듯 했다.

   “행크와 같이 있으면 즐거워요. 또 행복하다 느낍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이야기 했을 때, 당황스러웠지만 솔직히 말하면…. 기뻤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마커스나, 다른 안드로이드들에게요.”

 

   맙소사. 행크는 그 대목에서 미간을 찌푸리고 만다. 그러니까 저 헛똑똑이 안드로이드가 고백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온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단 말인가. 좋다, 혹은 싫다 하고 대답하면 끝일 그 간단한 문제를.

 

   “사실 지금도 뭐라고 답을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가끔, 말로 하는 것 보다 물건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하더군요. 마침 행크의 생일이니까 제 대답을 선물로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1주일동안 막혔던 말문이라도 트인 듯 횡설수설대며 말을 이어가는 코너의 목소리를 행크의 낮은 목소리가 툭 끊었다. “그게 이, 반지라는 말이냐?”

 

   “사람들은 그…. 연인들끼리 반지를 나누어 낀다 들어서….”

 

   그 대목에서 행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1주일 동안 체한 듯 위장을 꽉 막던 것이 한순간에 쑥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런 깜찍한 고민에 빠져 있느라 그 며칠간 이리저리 디트로이트 시내를 싸돌아 다녔을 녀석을 생각하니 그간 답답했던 기분이 바보같이 느껴진다. 행크의 너털웃음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눈을 굴리며 행크의 얼굴을 살피는 저 멍청한 얼굴까지 귀여워 보인다면 이미 상황은 종료된 것이나 다름 없다.

 

   행크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며 들었던 반지 상자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코너를 향해 손짓한다. 여전히 멍청한 표정의 안드로이드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 그 자리에서 행크만 빤히 보고 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것을, LED를 노랗게 깜빡일 정도로 저 작은 머리로 뭘 그리 생각을 하는지. 

 

   “이리 오라니까.”

 

   결국 말로 재촉을 해야 이 똑똑한 척 하는 멍청이 안드로이드는 자리에서 주춤주춤 일어나는 것이었다. 살그머니 다가오던 코너에게 행크가 손을 뻗는다. 그대로 잡아 끌어당기는 힘에 코너의 몸이 휘청거리며 앞으로 쏟아진다. 그걸 받아 안는 것은, 행크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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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꼼   -   행감탱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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